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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돔 페리뇽, 로저 구라트(Roser Goulart)에 가다!
기사입력 2012.03.14 00:00 | 최종수정 2012.08.08 17:38
뽀글 뽀글 피어오르는 버블!
코 끝으로 스며드는 신선하고 상큼한 과일 향과 입안 가득 톡톡 터지는 짜릿함!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상큼하게 느껴지는 스파클링(Sparkling) 와인은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기쁨, 환호, 축하, 성공 그리고 영광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각 나라마다 사용되는 포도품종, 양조방식 그리고 생산자의 스타일에 따라 스위트한 맛부터 드라이한 맛까지, 다양한 맛으로 세계인의 입 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스파클링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불리는 이름도 다른데,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 프리잔테(Frizzante), 독일은 젝트(Sekt), 샤움바인(Schaumwein), 프랑스는 크레망(Cremant), 뱅 무소(Vin Mousseaux) 또는 샴페인(Champagne; 샹파뉴 지역에서 전통방식으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만 사용)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카바(Cava)라 불린다. 이런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 중 스페인의 ''카바''는 가격대비 뛰어난 품질로 최근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여러 카바 생산자들 가운데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와이너리는, 스페인의 돔 페리뇽이라 불리며 빈티지 카바 생산자로 유명한 ‘로저 구라트(Roger Goulart)’ 였다.

로저 구라트 와이너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30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생 에스테베 세스로비레스(Sant Esteve Sesrovires) 지역에서 1882년부터 샹파뉴의 전통 양조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온 명문 카바 생산자이다.
그들은 프리미엄 카바 생산을 위해 1919년 건축가 이그나시 마시 모렐(Ignasi Masi Morell)에게 의뢰하여 모던한 스타일의 건물을 완공한 후, 건물 지하 30 미터 깊이에 1 킬로미터에 달하는 셀러(Cellar)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생산되는 모든 와인의 발효 및 숙성 그리고 출하 전 보관까지의 모든 작업을 이곳에서 진행하며 오늘날까지 좋은 품질의 카바 생산에 앞장서 왔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1865년 몽 페라(Mont-Ferrant) 와이너리에서 처음으로 버블이 가득한 와인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후 1872년 코도르니우(Codorniu)사의 조셉 라벤토스 파트호(Josep Raventós Fatjó)가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전통 양조방식(병 속에서 2차 발효)을 도입하여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은 스페인어로 샴파니(Xampany) 카탈루냐어로 샴파냐(Champana)로 불렸다. 그러나 샴페인 생산자들의 거센 항의로 더 이상 이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1986년 스페인이 유럽 연합에 가입하면서 모든 생산자들의 합의하에 카탈루냐 언어로 셀러(Cellar)를 뜻하는 ‘카바’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카바는 샴페인과 양조방식은 같지만 서로 다른 기후와 토양 그리고 페네데스(Penedes) 지역의 클래식 품종인 마카베오(Macabeo), 파레야다(Parellada), 사렐로(Xarel-lo)를 주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스페인의 토착 품종이 아니지만 DO등급의 카바 생산에 있어 법적으로 사용이 허용된 샤르도네 (Chardonnay)품종도 근래에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로제 카바는 모나스트렐(Monastrell), 가르나차(Garnacha)를 주 품종으로, 국제적인 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Pinot Noir)가 사용되고 있다.
사렐로 품종은 로저 구라트가 추구하는 카바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도 품종으로, 칸 구라트(Can Goulart)의 농장에는 사렐로 품종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들이 사렐로 품종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이 품종이 장기 숙성과 보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에 도착한 나는 먼저 담당자의 가이드를 받으며 30 미터 깊이의 지하 셀러로 내려가 내부를 둘러 보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로저 구라트의 로제 카바가 일본 TV프로그램에서 돔 페리뇽 로제와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겨룬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어떤 와인이 돔 페리뇽 인지를 맞추는 코너에서 5명의 참가자 중 3명이 로저 구라트 로제를 돔 페리뇽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로저 구라트 카바의 품질이 일본에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셀러 투어를 마치고 테이스팅 룸으로 돌아온 나는 빈티지 카바 4가지를 시음해 보았다.
첫 번째 시음한 로저 구라트, 브륏 리제르바(Roger Goulart, Brut Reserva) 2007 와인은 밝은 노랑 빛깔을 띠고 사과, 배, 복숭아, 파인애플, 감귤류 등의 과실 향이 물씬 느껴졌다. 적절한 산도와 균형 잡힌 맛 그리고 우아함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와인이였다.
두 번째로 시음은 로저구라트, 그랑 퀴베(Roger Goulart, Gran Cuvee) 2006 와인은 밝은 황금빛을 띠며 작고 섬세한 버블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모습부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오랜 숙성을 통해 만들어진 감미로운 향들과 신선한 과실 향이 조화롭게 느껴졌는데, 최소 4년 동안 숙성되어 웬만한 샴페인을 능가할 정도로 깊고 중후한 맛을 보여줌과 동시에 신선한 과실 향의 아로마도 풍부하게 느껴졌다. 그랑 퀴베는 시렐로, 마카베오, 파렐라다, 샤르도네 4가지 품종이 블랜딩되어 만들어지는데, 그 중 샤르도네가 전해주는 아로마와 구운 토스트, 견과류 향이 잘 느껴졌다. 참고로 그랑 퀴베는 품질이 좋은 해에만 생산된다.
세 번째로 시음한 와인은 로저 구라트, 브륏 로제 (Roger Goulart, Brut Rose) 2007 이였다. 이 와인은 일본에서 방영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돔 페리뇽 로제와 겨뤄 큰 이슈를 불러 일으킨 와인이다. 가르나차와 모나스트렐 2가지 품종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밝은 체리 빛을 띠고 향기로운 스트로베리와 라스베리 그리고 장미를 포함한 붉은 계열의 꽃 향기가 조화롭게 느껴졌다. 신선함과 청량감을 느껴지며, 좋은 밸런스와 뛰어난 구조감을 가진 와인이였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와인은 로저 구라트, 데미 섹 (Roger Goulart, Demi Sec) 2007 와인으로 마카베오, 사렐로, 파렐라다 품종이 블랜딩 되었다. 이 와인은 약간 달콤한 맛이 느껴져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였다. 슬슬 봄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앉아 가볍게 준비한 음식들과 함께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빈티지 카바 와인은 스페인 전체 카바 생산량에 비하며 상당히 적은 편이다. 빈티지 카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노력과 매년 좋은 품질의 포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년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기 위해서는 대자연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로저 구라트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잘 어우르며 오랜 전통과 노하우 그리고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신념과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듯 해 보였다.
변용진 와인전문기자 winemaster@w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