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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혜미 자료제공 와이넬)
니트로 직조한 떼루아, 예술을 입은 와인을 만나다
바타시올로 바롤로 X 케일리 킴

니트의 결 위로 피에몬테의 풍경이 스며든다. 잔 안에 머물던 와인은 이제 눈으로 읽히고, 손끝으로 감각된다. ㈜와이넬은 제12회 아트인더글라스 공모전에 선정된 섬유조형예술가 케일리 킴과 협업하며, 와인을 ‘마시는 경험’에서 ‘보고 느끼는 감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3월 14일 헤라스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현현 顯現 epiphany》 VIP 오프닝에서 작가를 만나, 이번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에서 시작된 조형 언어
케일리 킴의 작업은 실‘ ’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단위에서 출발한다. 니트가 하나의 선이 아닌, 수많은 가닥이 얽히고 겹쳐져 형성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그는 ‘결’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물성과 흐름에 주목한다. “편직물의 구성인 원사는 하나로 보이지만 수많은 실의 결이 모여 만들어진다” 이 인식은 재료를 넘어 구조 자체를 해석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전통 소재인 명주실을 도입해 물성의 깊이를 더하고, 전시 공간과의 관계를 고려한 소형 작업을 중심으로 보다 응축된 감각을 구현했다.
풍경을 짜는 감각
케일리 킴 작가의 시선은 세계 각지에서의 체류 및 여행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감각에서 출발한다. 유럽과 미주에서 마주한 풍경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색의 결로 저장 된다. 새벽의 서늘한 색감, 한낮의 선명한 대비, 저녁의 온기 어린 톤은 각각 니트 조직의 밀도와 패턴으로 번역된다. 자연의 리듬은 직물 구조 안에서 다시 구성되고, 외부의 풍경은 내면을 통과해 하나의 물성으로 재직조된다. 풍경은 더이상 ‘보는 대상’이 아니라 ‘감각 되는 구조’로 전환된다.

(바타시올로 빈야드 전경)
떼루아를 입은 와인
이번 협업은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케일리 킴은 바타시올로의 포도밭을 탐색하며, 일정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포도밭의 선형적 패턴에서 니트 조직과 닮은 리듬을 발견했다. 이 반복과 결의 구조는 곧 작업의 핵심 모티프로 이어진다. 작품에는 포도나무의 거친 표면과 나무결을 연상시키는 조직이 강조되며, 브라운과 골드 톤의 색채가 토양과 햇빛, 시간의 층위를 환기한다. 와인의 향과 맛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그것이 생성되는 떼루아(환경과 토양, 기후)를 ‘구조’로 번역한 결과다. 바타시올로 바롤 로가 지닌 복합적인 아로마와, 시간이 흐르며 더욱 깊어지는 구조적 층위는 ‘축적된 결’이라는 점에서 케일리 킴의 직조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와인은 더 이상 잔 안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과 감각을 따라 확장되는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바타시올로 바롤로(Batasiolo Barolo)
생산지 이탈리아 피에몬테
품종 네비올로 100%
등급 DOCG